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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니 여행 기록

#9 독일 슈투트가르트 [4th Europe]

#9 독일 슈투트가르트 [4th Europe]


 

 1. 나에게 은사님이란?


슈투트가르트 가는 길,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나의 인생이 정말 대단한 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회사에 입사를 하고, 누군가 에겐 좋은 아들, 좋은 친구, 좋은 제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단히 감사하고 이렇게 인생을 이끌어 준 중요한 사람이 몇 분 계신다. 나는 이것을 '인생의 변곡점'이 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중 한 사람은 내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은사님이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지독히도 가난했고 그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과 축구만 좋아하는 철 없는 아이였다. 공부는 당연히 안중에도 없었고, 나는 내가 그때에는 축구를 꽤 잘한다고 생각했기에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그런 내가 초등학교 6학년 이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공부에 대해 흥미가 생겼고, 새로운 목표라는 것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문제집을 사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해 나는 전교에서 압도적인 1등을 하며,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계기로 나는 처음으로 내가 공부를 통해서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심지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을 못 만났다면 지금의 내 삶은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고, 크게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20년 처음 대기업을 입사하고 나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스승의날마다 꾸준히 찾아가며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선생님은 남편분이 독일계 회사를 다니고 계셔서 독일에서 머무는 중이었고, 나는 선생님이 계신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2. 슈투트가르트


 

 사실 슈투트가르트는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기에 나에게는 생소한 도시였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평화롭고, 아늑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리고 나한테는 2박 3일 동안 슈투트가르트에 머물면서 관광지 여행이 아닌, 현지인처럼 도서관도 가고, 마트도 가고, 운동도 하면서 색다르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 도착한 그 장면이 4달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선생님이 강아지를 데리고 마중을 나오셨고, 정말 특별한 감정이 올라왔다. 선생님의 집은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정도 이동했으며, 날씨가 무척 좋았다. 선생님께서는 직접 닭강정을 해주셨으며 같이 맥주를 마시며 그동안 못다 한 얘기를 나눴다. 

 

 2박3일이 무척 짧게 느껴질 만큼, 나는 선생님과 선생님 자녀들과 같이 도시 곳곳을 살펴보았다. 도서관, 전망대, 마트도 갔고, 외식도 하며 집에서 한식도 해 먹으며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도 약 2년 정도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곧 한국으로 돌아오기 얼마 전이었는데, 난 그때 마침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고, 유럽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러한 우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특별한 순간이며, 확실히 인연이라는 것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3.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인 2박 3일.


 

 내 생에 최고의 순간 2박 3일이 어느덧 마무리가 되어갔고, 나와 선생님은 마지막날 저녁에 둘이 나와 야외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맥주는 정말 맛있었으며, 날씨 또한 완벽했다. 나는 원래 맥주 몇 잔 정도로 취하지는 않지만, 이때는 뭐랄까 그날의 분위기에 완전히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동안 얘기하지 못했던, 나의 삶들을 선생님께 모두 말씀을 드렸다. 나는 정말 힘들게 살아왔고, 그 시간 속에서 느꼈던 자격지심, 패배 감등이 나를 벼랑까지 밀어냈고, 결국 이것은 나를 안 좋은 곳으로 이끌었다. 비싼 옷과 사치로 남에게 보여줘야만 했고, 비싼 외제차를 끌어야만 했다 나는. 물론 이러한 나의 모습은 나도 떳떳하지도 않고, 선생님이 보기에 한심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의 인생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었으며, 진심으로 응원하고,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나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도 그랬지만, 지금 이 나이를 먹고서도 나에게는 또다시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가 질 때쯤 집에 들어왔으며, 나는 선생님께 한 장, 선생님 자녀에게 한 장 편지를 쓰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이 밝았고, 선생님은 나에게 선물을 이것저것 사주셨으며 스위스로 향하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까지 마중나와 주셨다. 나는 선생님께 정성스레 쓴 편지 두장을 드리고, 스위스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찬란한 2박 3일이었다.